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법정 시한(15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여야가 공수처 출범을 놓고 극한 대립을 하면서 시한 내 출범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수처법 자체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미래통합당은 야당 몫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몫 2명을 먼저 선정하며 속도를 내려다 스스로 제동을 거는 한심한 상황을 초래했다. 민주당이 지난 13일 선정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장은 ‘n번방’ 조주빈 공범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논란이 커지자 스스로 사임했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라는 상징성과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통합당 압박 차원에서 너무 서두른 나머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여야 정쟁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킨 뒤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 간부 등의 비위를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이다. 권력형 비리를 엄단하고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다수 국민이 조속한 출범을 고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공수처가 출범하려면 공수처장이 임명돼야 하고 후속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수처가 하루속히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에 법 규정에 따라 출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공수처설립준비단을 발족, 관련 법령 정비와 사무공간 조성 등 공수처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회는 이제라도 가능한 한 빨리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일단 법 규정에 따라 공수처를 출범시키되 공정성과 독립성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설] 野 어깃장과 與 자충수에 발목 잡힌 공수처 출범
입력 2020-07-1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