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패션쇼에서 지드래곤과 나란히 런웨이를 걸을 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것을 가상현실(VR)로 구현하는 이들을 만났다. SK텔레콤 5GX MNO(이동통신)사업그룹 김미리내(28)·김시균(38)·송지영(35) 매니저는 13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SK텔레콤 ‘점프AR’의 대표 캐릭터 ‘냥이’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냈다. 점프AR은 증강현실(AR) 앱으로 고양이 강아지 곰 등 다양한 동물 9마리가 증강현실 캐릭터로 나온다. 김시균 매니저는 “점프AR 캐릭터를 많은 분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해 카카오와 맺었던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고양이 캐릭터 냥이를 이모티콘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했다.
점프AR과 VR 가입자는 각각 110만명과 90만명 정도다. 카카오톡 가입자 수는 4400만명이 넘는다. 이모티콘을 만들기 위해 고양이 습성 등의 연구가 필요했다. 운 좋게도 개발자인 김시균 매니저는 고양이를 2년 넘게 키운 적이 있었고, 기획자인 김미리내 매니저는 매일 30분 이상 고양이 동영상을 즐겨보는 ‘랜선 집사’였다.
김미리내 매니저는 “고양이를 가만히 보면 높이 뛰기 전에 준비 동작으로 엉덩이를 씰룩쌜룩 거리고 오이를 밟으면 무척 놀라는데 이런 걸 모두 이모티콘에 담았다”며 “이모티콘에는 고양이의 특징적인 행동을 표현한 것도 있고, 단순히 의인화해 만든 것도 있다”고 했다. 냥이 이모티콘 24가지에는 화들짝 놀라는 모습, 심심해하는 표정, 즐거워하는 동작 등이 생생하게 잘 나타나 있다.
이모티콘을 입체(3D)로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김시균 매니저는 “3D는 모델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형상에 색을 입히고 털 하나하나를 표현해 움직임이 자연스럽도록 해야 한다”며 “뼈대를 만든 뒤 애니메이터를 투입해 색깔을 보정하고 합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공정 자체가 ‘생(生) 노가다’”라고 설명했다.
이모티콘 제작에는 3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단순한 표정의 ‘냥이’는 어느새 매우 심오한 인상의 ‘냥이’로 탈바꿈했다. 지난 1일 출시된 이모티콘은 일주일 만에 카카오톡에서 1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5G를 기반으로 한 렌더링(rendering) 기술은 앞으로 더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송 매니저는 “나 대신 ‘아바타’를 출근시켜 회의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