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피해자 A씨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서울시장 비서직에 지원하지 않았다.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같은 날 면접을 본 뒤 비서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이나 성적 대화를 요구했다고 한다.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서울시장 비서로 근무하던 4년 동안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에서 ‘즐겁게 일하기 위해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자’고 하거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자신의 입술을 접촉하는 행위 등을 했다”면서 “집무실 안에 있는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 달라며 신체접촉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퇴근 후) 늦은 밤에도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내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박 전 시장이 지난 2월 심야시간에 피해자를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캡처본이 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은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난 이후에도 지속됐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보낸 메시지 등을 친구나 동료 등에게 보여주며 피해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가 조직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다’면서 실수로 받아들이라거나 ‘비서의 업무가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5월부터 상담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다. 5월 말부터 법률적인 검토를 시작한 뒤 지난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 직후 피해자는 다음 날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난 당일 오후 실종된 박 전 시장은 실종 7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 등에 ‘피해자가 사직했다’는 정보와 다르게 피해자는 현재도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의 신상이 특정되거나 2차 가해가 예상되는 글이 유포된 것에 대해서는 이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국가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할 것도 강하게 촉구했다. 사건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피해자의 진정한 피해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수사 자체가 어려워진 터라 경찰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해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다만 피고소인의 진술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나 진상규명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어떤 실익이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린 뒤 경찰이 조사를 지원하는 형태의 대안도 제기된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서울시는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라며 “규정에 따라 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 역시 조사단이 꾸려지면 지원·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상조사단 구성은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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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 정현수 강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