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찾아왔다. 신동주 당시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의 시작이었다. 소유·지분구조가 복잡한 데다 관련 정보도 별로 알려진 게 없어 롯데그룹 총수는 종종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다. 베일에 싸였던 롯데그룹의 실체는 형제의 난을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롯데가(家) 형제의 난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이 국내 롯데그룹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4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에 이어 이달 초 대표이사(CEO)까지 맡게 되면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끝을 맺었다는 평가다. 형제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에서 이사 자리를 놓고 6차례나 주주총회 표 대결을 벌였지만 번번이 신 회장 승리로 귀결됐다. 지난달엔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자필 유언장 존재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위법 행위까지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은 최근 신 전 부회장의 자문을 맡아왔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107억원 자문료 청구소송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항소심 재판에서는 이겼지만,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변호사법을 위반해가며 동생인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려 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큰 오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롯데그룹 내부와 재계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문을 받아가며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도록 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민 회장과 손잡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검찰 자료 제공 등을 통해 신 회장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프로젝트L’을 실행했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 무위로 돌아간 프로젝트L을 일본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진행 중인 ‘킹크로스 프로젝트’는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시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주총에서 신 회장 해임안을 건의했으나 무산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후속 조치로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소송전을 동반한 킹크로스 프로젝트도 승산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소송전 등으로 반격을 꾀하고 있지만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더 이상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이 유리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은 종식된 셈”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