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아시아계 여성이자 참전용사 출신인 태미 덕워스(사진) 상원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당선에 성공하면 여성으로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1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덕워스 의원이 보수매체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인 터커 칼슨과 논쟁을 벌이는 등 이목을 끌자 바이든 캠프에서 그녀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칼슨은 덕워스 의원이 조지 워싱턴 등 건국영웅 동상을 철거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며 ‘겁쟁이’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덕워스 의원은 “내 다리로 1마일만 걸어보길 권한다. 진실된 애국과 혐오 가득한 국수주의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덕워스 의원은 참전 경험이 있는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흠잡을 데 없는 군사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육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복무한 덕워스 의원은 2004년 이라크 전쟁에서 수류탄 공격을 당해 두 다리를 잃고 현재 의족에 의존하고 있다. 제대 후에는 일리노이주 보훈처장과 연방 보훈처 차관보를 거쳐 2012년 하원에 진출했다. 2016년부터는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덕워스 의원이 가진 다양한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 덕워스 의원은 참전용사이면서 여성이고 장애인이다. 또 이민자 출신 중국계 태국인 어머니를 뒀다. 배경에 걸맞은 신념과 강력한 행동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폴리티코는 “미국 의원 최초로 임기 중 출산을 감행하고 딸과 함께 상원에 출석한 사건은 미국 정치 역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최근 덕워스 의원을 후보로 올리기 위해 그녀의 입법기록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영입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직접 덕워스 의원을 향해 “유력한 러닝메이트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언급했다. 최종적인 후보 선정은 다음 달 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불이 붙은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해 아시아계 여성보다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덕워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선택된다면 흑인을 지명하도록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압박해온 유권자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