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서울시청 마지막 출근… 공적·논란 뒤로하고 귀향 ‘영면’

입력 2020-07-14 04:02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들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박 시장 영정과 위패를 들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성호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한 줌 재로 돌아갔다. 유골은 서울을 떠나 고향인 경남 창녕의 부모 합장묘 옆에 안장됐다.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에서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박원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8시30분 박 전 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과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백 교수는 “한 인간의 죽음은 아무리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이라도 애도 받을 일”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례위 공동위원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을 “40년 친구 박원순”이라고 부르며 “한국 시민운동의 상징”이라고 했다. 공동위원장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누구보다도 시민을 사랑했던 시민주의자”라고 했다.

앞서 오전 7시17분 박 전 시장 빈소가 차려졌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운구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결식을 위해 시청 출발을 서둘렀지만, 몰려든 취재진과 장례위원, 유족들과 뒤엉켜 한동안 병원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운구차는 출발 30분 만에 시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박 전 시장의 영정과 위패를 든 친척들이 앞장서 시청으로 걸어갔고, 부인 강난희씨와 아들 박주신씨 딸 박다인씨가 뒤따랐다. 영정과 위패는 시청 6층 시장실을 거쳐 영결식이 열린 8층 다목적홀로 옮겨졌다.

영결식은 예정보다 약 30분 늦은 9시40분 마무리됐다. 3분 뒤 유족들이 시청 정문 밖으로 나오자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추모객 200여명이 유족을 뒤좇았다. 추모객들은 유족을 태운 운구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운구차는 약 1시간 뒤 화장장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했다. 박 전 시장과 시청에서 인연을 맺은 윤준병·민병덕·허영 의원과 오성규 전 비서실장 등이 운구차에서 관을 꺼내 들었다. 추모공원 직원들은 관을 운송기구로 건네받은 뒤 실내 고별실로 옮겼다.

고별실에서 화구로 들어가는 관을 바라보며 유족과 지지자들이 주저앉았다. 격앙된 사람들은 “박원순 일어나라”고 울부짖었다. 유족들은 2층 유족대기실로 올라가 화장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강난희씨와 박다인씨가 오열했지만 아들 박주신씨는 울지 않았다.

1시간20분 남짓한 화장 끝에 시신은 재가 됐다. 유골함은 오후 12시51분 추모공원을 떠나 오후5시30분 창녕 선영에 안장됐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