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옆’ 수어통역사들 감사패 받았다

입력 2020-07-14 04:06
박양우(왼쪽 다섯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수어 통역사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뒤 통역사들과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농인(聾人)들로부터 ‘이제 내가 쓰는 수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느낌이다’라는 말씀을 들을 때 너무 뭉클했어요.”

고은미(42) 수어 통역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이 동시 진행된 이후 주위 농인들의 반응을 이같이 소개했다. 고 통역사는 다른 5명의 통역사와 함께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정부 브리핑 수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난 2월 4일 이후 매일 두 차례 진행되는 정례 브리핑으로 TV 화면에 더욱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1년간 수어를 통역한 고 통역사는 정부 브리핑의 경우 대상을 특정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진행돼 여타 수어 통역과 달리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마이크를 잡았을 때 하는 말이 다르듯이 수어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니 적절한 수위의 단어를 선택해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내용을 미리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다 보니 (틀릴 경우)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고 통역사를 포함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대구·경북·경기도) 수어 통역사 10명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다른 공공 수어 통역사들에겐 감사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고 통역사는 “처음에는 ‘감사패를 받아도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감사패에 있는 ‘통역사님의 정확하고 친절한 수어가 서로를 포용하며 우리를 따뜻하게 연결해주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너무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전문적인 공공 수어 통역사 양성, 공공 영역의 각종 안내문 등에 대한 수어 영상 제공 확대 등을 통해 공공 영역에서의 수어 사용을 더욱 확대하고 전문성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어로만 방송하는 수어 전문 방송 채널이 신설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