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설 사회’ 만들 것인가, 품격없는 정치 발언 중단하라

입력 2020-07-14 04:03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로 대립해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견해 표출 양상이 점점 더 품위를 잃어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정치적 발언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인데, 인격 모독에 가까운 언사들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며칠째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배현진 미래통합당 대변인의 설전이 대표적이다. 진 전 교수는 배 대변인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하자 ‘머리에 우동만 넣고 다니냐’ ‘X볼만 찬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배 대변인은 ‘그런 당신은 X만 찾느냐’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가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이지만 공당 대변인의 대응도 품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를 넘어서는 발언은 공당의 대표나 사회 지도층도 예외가 아니다. 집권당 대표는 얼마 전 박 전 시장 사망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이 부적절했다면서 방송카메라 앞에서 ‘XX자식’이라고 욕을 했다. 열린민주당 대표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자 ‘똘마니들의 규합’이라고 비난하는 등 걸핏하면 자극적인 표현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까지 ‘내 지시를 잘라먹었다’거나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했다’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니 다들 막말 경쟁에 나선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문제는 상대를 푹 찌르는 말들과 거친 설전만 오가면 공론은 형성되지 못한 채 사회가 ‘배설의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어지간한 막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다. 이미 우리 사회가 부지불식간에 막말 공화국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된 첫째 원인은 정치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극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자극적인 말들을 끄집어내는 데 앞장서 왔기 때문일 터다. 사회 지도층의 말이 공격적일수록 그 사회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해가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적대 사회를 만들지 않으려면 정치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제부터라도 무모한 막말 질주에서 벗어나 품격 있는 언어로 건전한 논쟁의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