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가운데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폭염이 걱정스럽다. 2년 전 우리는 최악의 더위를 경험했다. 폭염 시작 전에는 미세먼지와 역대급 추위로 고생했다. 올해 역시 역대급 폭염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기상기구는 장기간 폭염이 지속되면 세균성 질환과 면역력 저하 등에 따른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감염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예측된 것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국가위험기록부(NRR)에 가장 두드러진 재앙 중 하나로 감염병을 꼽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이제 날마다 하나님의 피조세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소릴 들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기후 변화로 보듯 위기는 극에 달했는데, 우리 안의 탐욕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언제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교회조차 지금의 위기를 신앙의 본질적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신음하는 생명을 지키고 돌보기는커녕 부르짖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니, 코로나19로 잠시 되살아난 자연을 보고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는 건 무리다.
어쨌든 지금도 우리는 두려움 가운데 코로나19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코로나19와 그 이상의 재앙을 가져올 기후 위기를 확실히 넘어설 수 있을까. 나와 후손이 잘살기 위해 생명을 택해 볼까 하지만, 변명거리만 늘어난다. 아무래도 생명을 선택하게 용기를 불어넣는 공동체가 필요하지 싶다. 한 사람의 선택을 신뢰하고 지지하며 함께 실천해주는 공동체라면 선뜻 생명의 편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다행인 건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서로 연결돼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선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연을 살려야 함을 알았다. 동식물은 물론 공기와 물, 땅까지도 돌보지 않으면 삶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나를 나 되게 하는, 참 좋은 관계를 함께 유지해가고 싶은 공동체를 찾아 그 안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묻고 답해보자.
교회가 이에 안성맞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는 생명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고 함께 행동하기에 참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속적 실천도 가능하다. 마을주민과 더불어 생명 살림의 활동을 벌이는 공동체 교회도 있다. 마을을 실천의 장으로 삼아 생명과 관계를 회복하고, 그 안에서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변화를 도모하는 교회들이다. 코로나19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으나, 가능한 대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직접 마주하는 자리를 가져보자.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라면, 용기 있게 생명을 위한 길을 택할 뿐 아니라 변화를 일으키는 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감염병을 비롯한 기후 위기의 풍랑에 또다시 두려움이 몰려온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건널 수 있을까. ‘담대히 물 위를 걸으라’는 주님을 믿는 생명 살림의 마을교회라면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지극히 작은 생명 하나조차 소홀하게 여기지 않은 주님의 사랑을, 교회 너머 마을로 세상 곳곳에 깊숙이 전해보자. 그러면 절멸의 상황으로 내몰린 지구 생명 모두가 다시금 생명의 빛에 깨어 환히 새싹을 틔워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바람을 먼저 맞이한 마을의 교회가 있어, 사람들이 그에 기대 위기에 대한 자기 생각을 진솔히 나눴으면 좋겠다. 교회가 다시 세상에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으며 위기의 풍랑을 담대히 건널 수 있길 소망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