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6·25 전쟁 영웅’이라는 극단적인 양면의 평가를 받아오던 백선엽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에선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백 장군은 국립묘지법에 따라 현충원 안장이 결정됐으며, 서울현충원에 장군묘역이 만장돼 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15일 안장된다.
백 장군의 유해 안장이 결정됐음에도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불거지는 논란은 여전했다. 보수 진영은 대전현충원이 아닌 국립서울현충원에 백 장군을 안장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직접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은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거론하며 현충원 안장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 장군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조문 후 “서울현충원에 안장을 못하고 대전현충원에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노 실장이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노 실장은 방명록에 “한·미동맹의 상징이시고, 한국군 발전의 증인이신 백선엽 장군을 애도합니다”라고 적었다.
정 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정부는 육군장으로 (고인을) 대전현충원에 잘 모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정 총리가 나서 예우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인 논평은 따로 내지 않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저녁 늦게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 대표는 유족들을 만나 “백 장군은 대단히 후배를 아끼셨고, 굉장히 건강했던 분으로 기억한다”며 “내일 날씨가 궂은데 마지막까지 장례가 순조롭게 잘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의원도 오후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명복을 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 독립운동가단체는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게 믿기 힘든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 백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며 일제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며 “백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주장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 연합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독립군을 토벌한 친일파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고 주장했다.
백 장군 유족은 “대전현충원 안장에 만족한다.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며 “아버지(백 장군)가 이미 대전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애도를 표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애도 성명에서 “백 장군은 한·미동맹 구체화에 믿을 수 없는 공헌을 했다”고 했고, 해리스 대사는 “백 장군이 그리울 것”이라고 적었다.
이상헌 김이현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