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스캔들 핵심 비선 전격 사면… “전대미문의 부패”

입력 2020-07-13 04: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소재 월터 리드 국립군의료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일정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을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불법 행위로 유죄를 받은 최측근을 전격적으로 감형해 사실상 사면했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며 법치주의의 훼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공격했다.


백악관이 전날 전격적으로 감형을 발표한 인물은 로저 스톤(67·사진)이다. 스톤은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대선 캠프가 공모·내통했다는 의혹 사건인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징역 40개월을 선고받고 14일 수감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톤은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됐을 불법적인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며 감형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법무부 특별검사로 임명돼 2년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는 “스톤은 연방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이득이 생길 것으로 인지했다는 점을 수사에서 규명했다”면서 “트럼프 캠프 또한 러시아 측에서 유출된 정보가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점도 규명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정당성과 직결된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로 탄핵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스톤은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는 피했지만 지난해 11월 의회에 대한 위증 5건과 증인 매수, 의회 조사 방해 등 7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최대 50년형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스톤은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메일 수천건이 해킹돼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사건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미 정보 당국자들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메일이 러시아 해커들이 빼낸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스톤은 1970년대부터 미국 공화당을 위한 정치 공작에 나섰던 인물이다. 스스로를 “선동가”라고 묘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1998년 ‘트럼프 대망론’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법 방해’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톤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검찰이 스톤에 대해 7~9년을 구형하자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실제 형량을 낮춰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검사 4명 전원이 사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스톤에 대한 감형은 정의와 법치에 대한 엄청난 타격”이라며 “이런 행동을 통해 트럼프는 ‘당신이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나를 위해 은폐하고 나를 위해 (사법을) 방해할 경우 나는 당신을 보호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범죄 혐의 기소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은폐작업에 연루된 개인에 대해선 사면이나 감형을 금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