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건, 방한 때 ‘반중 전선 동참’ 촉구했다

입력 2020-07-13 04:01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스티븐 비건(사진)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비핵화 문제만큼이나 미·중 갈등 이슈도 비중 있게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중(反中) 연합전선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편을 선뜻 들어줄 수 없는 정부는 미·중 현안과 관련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12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비건 부장관이 지난 8일 외교차관 전략회의를 가질 당시 북한 문제 못지않게 중국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며 “한국이 반중 전선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갈등을 대선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어 반중 전선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7~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 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안보 분야 고위 당국자들을 잇달아 접촉했다. 비건 부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중 경제블록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퇴출 캠페인,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따른 대중(對中) 제재 등 미·중 현안에서 우리 측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역시 비건 부장관 방한 당시 반중 전선 문제가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자료에서 “비건 부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번영과 관련해서도 (한국 측과) 논의했다”며 “여기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협력 및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하려는 시도에 대응하는 문제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9~10일 일본 방문 중에도 미·중 갈등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건 부장관의 요청에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우리의 원칙과 국익을 분명히 지키면서 전략적 경제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성은 손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