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장례를 놓고 우리 사회가 둘로 쪼개져 격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죽음에 이른 배경, 개인에 대한 평가 등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장의에 대한 공통의 의식은 사라진 채, 진영으로 갈리어 거친 언사와 과도한 주장을 쏟아내는 최근의 상황은 참담하고, 매우 유감스럽다.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시장의 경우 서울시가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결정한 뒤 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문제 관련 피고소인을 기관의 공식 장례로 예우하는 것이 피해자에 심적 압박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장례를 엄숙하게 치른다고 해서 가해 행위가 정당화되거나 생전의 과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장례는 장례대로 치르는 게 옳다. 오히려 장례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는 행태가 3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에 대해서는 친일 행적과 관련해 대전 국립현충원 안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친일이라는 단편으로 고인의 인생 전부나 역사에 남긴 궤적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숱한 6·25 참전자가 묻힌 현충원에 그가 안장된다고 해서 친일 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나 절차를 놓고 공유하는 기본원칙 없이 정파적 이익에 따라 부딪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자연인의 죽음 앞에 숙연함을 느끼는 건 상식이며, 장례에서는 비록 정적이라 하더라도 고인을 존중하는 게 기본적인 양식이다. 고인의 일생이 논란의 여지 없이 악평을 받는 경우라도 예의를 갖추는 게 죽음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다. 큰 상실감에 빠진 유족도 있는 만큼 장례는 엄중하게 치르되, 고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2009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논란이 있었다. 전직 대통령은 국장이 원칙이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했다. 반대편에서는 당시 정권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국장에 반대했지만 결국 국민장으로 합의를 이뤄 좋은 선례를 남겼다. 단편적인 평가나 일시적 감정에 따라 장례 자체를 쉽사리 폄훼해서는 안 된다. 장례를 엄수한다고 해서 고인에 대한 평가가 바뀌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 조문과 안장 놓고 둘로 갈라진 여론, 참담하다
입력 2020-07-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