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폭행’ 안주현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20-07-13 04:01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세상을 등지기 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 연합뉴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뒤 최 선수가 숨지자 도피했던 ‘팀닥터’ 안주현(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 선수 등 이 팀 소속 선수들을 폭행하고 불법의료행위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 선수를 비롯해 여러 선수를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자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행위 사건이 알려지면서 잠적했던 안씨를 지난 10일 대구에서 검거해 경주경찰서로 이송한 뒤 이틀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안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됐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지만 대체로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13일 결정된다.

안씨는 경산의 한 내과의원에서 물리치료사 보조직원으로 일하던 중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 소개로 팀 운동처방사로 일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미국에서 의사 면허를 땄다고 자신을 소개해 의사 행세를 했고 ‘팀닥터’로 불렸다.

앞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다수의 전현직 선수들은 안씨 등으로부터 폭행 등 피해를 봤다고 진술했다. 일부 선수는 안씨가 단순 운동처방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를 한 정황까지 호소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이 팀 선수들이 안씨로부터 당한 폭력과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적은 자필진술서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진술서에는 “팀닥터가 갑자기 방으로 불러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라며 뺨을 때렸다가 또 갑자기 웃으면서 볼에 뽀뽀를 했다”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또 “팀닥터가 수영 동작을 알려준다며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쪽 손으로 목을 감아서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끌어안을 때처럼 끌어안으라고 해 불쾌했다”는 등의 내용도 있었다. 여자 선수 숙소에 무단 침입한 사례도 있었다. 폐활량 체크나 혈을 본다며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씨는 지난 3월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김규봉 감독과 안씨, 선배 선수 2명을 고소했을 때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5월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