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상적인 의원 후원금 땡처리, 제도개선 시급하다

입력 2020-07-13 04:03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남은 후원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무리하게 다 쓰는 이른바 ‘후원금 땡처리’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20대 국회 임기 만료 의원의 상당수가 보좌진에게 통 큰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후원금을 마지막 1원까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의 전 의원은 임기 막판에 보좌진에 60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많게는 1100만원을 받은 보좌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5200만원을 보좌진 격려금으로 썼다. 돈을 계속 쓸 수 있는 21대 의원들한테 후원금을 건네주는 ‘품앗이 기부’도 있었다.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모두 2000만원을 후원했다. 민주당 다른 의원의 경우 진보 진영 재단이나 기념사업회 4곳에 5200만원을 기부했다.

후원금은 국민이 꼭 필요한 정치활동에 쓰라고 기부한 것이지 의원 개인이 선심 쓰듯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 정치자금법 2조도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한 경비로만 써야 하며, 사적 경비로 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기가 끝나면 소속 정당이나 국고에 반납토록 한 것도 후원금이 공적 성격의 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좌진 격려금이나 동료 의원에 대한 선심성 기부, 특정단체에 대한 과도한 후원 등이 과연 진정한 공적 용도의 정치활동에 해당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후원금 사용을 더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에선 △의원의 가계 용도 △채무 변제 △향우회 등 사적 모임 △의원의 여가활동 등 4개 항목만 ‘사적 경비’로 명시해 후원금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외 항목은 사실상 다 정치활동으로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총선 불출마자나 공천 탈락자, 낙선자 등은 각각 그 시점이 확정된 이후부터는 후원금 사용을 더 까다롭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