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8·사진)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원심보다 10년 감형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상고 여지가 있지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2017년 5월 시작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3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현재 선고형량은 2018년 11월 징역 2년이 확정된 불법 선거개입 사건까지 합쳐 22년에 이른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구속 수감된 2017년 3월 말부터 구금 일수를 합산해 87세가 되는 2039년 출소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과 국고손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3년의 노역장 유치도 명령했다. 이는 국정농단·국정원 특활비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은 데 비해 대폭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를 다 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으로 국정에 커다란 혼란과 난맥상이 생겼다”며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고 후유증과 상처가 지금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은 별로 없다고 보인다”며 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박 전 대통령의 주된 감형 사유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혐의(강요)를 항소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최씨 사건에서 출연금 요구행위를 강요죄에 이를 정도의 협박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형을 마칠 때의 나이 등을 형량 산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2017년 10월 구속 기간이 연장된 이후 모든 재판의 출석을 거부해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