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온 다수의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응용하거나 모델별로 각각 달리 제작돼 왔다. 이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통해 성능과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은 동력장치뿐 아니라 조향과 제동 등 주행 성능에도 영향을 준다. 정숙성과 승차감, 실내 공간 활용성에도 관여한다.
전기차 특성 중 하나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적은 것이다. 통상 업계에선 부품이 내연기관차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부품의 크기나 무게도 감소한다. 이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띤다. 각 업체는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모터와 같은 동력계를 전·후면에 배치하고, 배터리를 중앙 바닥에 까는 형태로 배치해 전기차의 효율을 쫓는 게 하나의 추세다. 성능과 안전·편의성을 고루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톱3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전용 플랫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개발코드명 NE)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용 플랫폼을 도입하면 전기차 라인업을 소형에서 대형차까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 관계자는 12일 “전기차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모델을 만들기 위해 최적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전용 플랫폼이 나오면) 실내공간 최적화는 물론 적절한 무게 배분을 통해 연비 향상, 소음 및 진동 감소를 통한 승차감 개선 등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E-GMP는 차급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달리할 수 있어 차급에 최적화된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보다 넓은 실내 공간은 물론 자유로운 디자인 구성을 거쳐 자율주행 기반의 전기차에 일종의 ‘거주 공간’ 개념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미래형 전기차 플랫폼 ‘MEB’를 적용한 ID.3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차에 적용된 플랫폼은 핵심 부품을 모듈화해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전기차종을 개발하겠다는 폭스바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표준 기반 모듈을 통해 부품뿐 아니라 전기차 전체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우디와 포르쉐는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PPE’를 갖고 있다. 800V 급속 충전 시스템 탑재와 냉각 시스템 효율 개선을 통해 20분 안에 80%까지 충전 가능한 기술을 뽐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상반기 신형 얼티엄 배터리에 최적화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이 플랫폼은 SUV와 세단, 크로스오버, 상용차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다. GM은 차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22종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