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고 주식 투자… 6월 가계대출 사상 최대 증가

입력 2020-07-10 04: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주식 투자가 급증하고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돈의 쏠림은 ‘지금 아니면 더 이상(혹은 아주 오랫동안) 기회가 없다’는 ‘막차 위기감’을 강하게 내보인다. 그만큼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굴린 돈은 81조8000억원으로 1분기(35조6000억원)의 2.3배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60조5000억원을 20조원 넘게 웃도는 규모로 통계 편제를 개편한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다.

통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예치금은 63조원으로 1년 전보다 26조1000억원 늘었다. 결제성 예금이 -5000억원에서 11조7000억원으로, 비결제성 예금은 37조4000억원에서 51조3000억원으로 모두 급증했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고조되자 비상용으로든, 투자용으로든 돈을 최대한 한 금융기관 금고에 쌓아둔 것으로 분석된다. 비결제성 예금 중 기타예금은 지난해 1분기 1조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약 13배인 20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18조4000억원이 증권사 투자예치금이다. 기타예금은 종전까지 2015년 2분기, 2017년 4분기의 7조8000억원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10조원을 넘긴 적도 없었다.

국내외 주식을 모두 포함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자금은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전환했다. 투자펀드 지분이 1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한 반면 -4조3000억원이던 국내 주식 투자금(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이 거의 10조원(9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해외 주식 투자금은 3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5배 넘게 늘며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돈이 쏠렸다.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14조1000억원에서 10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개인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위험대비용인 보험을 깨고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식 투자를 늘렸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부동산 규제를 더욱 강화한 6·17 대책 발표 등이 위기 심리를 자극하며 가계대출을 급증시켰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8조1000억원 늘어 6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1조1000억원)의 3배 수준인 3조1000억원 늘어 역시 사상 최대 증가였다. 올해 4월 4조9000억원에서 5월 3조9000억원으로 줄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지난달 5조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6월보다도 1조원 많은 규모다.

한은 시장총괄팀은 “기타대출은 주택 거래와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