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마 타는 당대표가 아니라 땀 흘려 노 젓는, 책임 당대표가 되겠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8·29 전당대회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놓은 일성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땀으로 쓰고, 피로 일군 민주당의 역사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이어가겠다”며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당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김 전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며 이 의원과의 차별화에 힘을 쏟았다. 그는 “임기 2년 당대표의 중책을 완수하겠다고 굳게 약속드린다”며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력을 총결집해 재집권의 선봉에서 확실한 해법을 준비하겠다”고 역설했다.
김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전초전’도, 영호남 대결도 아닌 당대표를 뽑는 것”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대신 어떤 대선 후보라도 반드시 이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영남 300만표를 책임지겠다”며 “대구시장 선거에서 졌을 때도 저는 40%를 얻었고, 그래서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을 민주당 당사에서 진행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을 염두에 둔 듯 민주당은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웠다. 그는 “30년 전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민주당의 꼬마 당직자였다”며 “인사드리러 간 첫날 제 손을 잡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일러주셨던 김대중 총재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당대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열었던 남북 평화의 길, 노무현 대통령이 온몸을 던진 지역주의 타파의 길, 문재인 대통령이 걷는 촛불혁명의 길을 따랐다”고 자신의 정치 여정을 소개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이슈에 대해서도 발언을 내놨다. 최근 당정청의 다주택자 이슈와 관련해 김 전 의원은 “정치권 인사와 고위 공직자들은 적어도 3개월 내 부동산 관련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여당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최근 검찰 일부의 여러 행동에 대해 국민들은 그런 행동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낙연 대세론’에 맞서 친노무현 인사들을 캠프에 포진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또 노 전 대통령 당시 정무수석이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 박재호 권칠승 의원 등 친노 의원과 이해식 고영인 의원 등도 김 전 의원을 돕고 있다. 서울대 76학번으로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86세대 의원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을 앞두고 7, 8일 이틀간 민주당의 뿌리인 광주 등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