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지도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수사지휘권 갈등 관련 ‘공식 입장문 초안’이 범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됐다. 특히 초안을 페이스북에 올린 여권 인사 중에 현재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의 핵심인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이기도 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있다. 야권에서 최 대표가 자신이 관련된 국가 공권력 행사의 방침 결정을 사전에 알고 훈수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정도다. 사안은 매우 엄중하다.
추 장관이 8일 윤 총장의 재지휘 건의를 즉각 거부한 지 2시간여가 지난 오후 10시쯤 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상 지휘를 받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등의 내용을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최 대표뿐 아니라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 ‘조국 백서’에 참여했던 친여 인사들이 일제히 같은 내용의 알림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윤 총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법무부 해명에 따르면 해당 메시지는 추 장관이 작성했지만 실무진과의 협의 과정에서 공표하지 않기로 한 내부 초안이었는데 이를 추 장관 보좌진이 친여 인사들에게 유출했다고 한다. 추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 잘못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그런 식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가 공권력 행사와 관련된 중요한 방침과 대응 방향이 민간인(私人) 등에게 사전에 유출된 것이다. 특히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를 보장받은 윤 총장의 사퇴까지 압박해 온, 공식 지휘계통이 아닌 범여권 인사들과 추 장관이 여러 차례 정보를 교환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이 직접 내용을 유출한 게 아니라고 면책되는 게 아니다.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일단 어긋난다. 대통령(정부)을 대신해 국가 소송을 책임지고 국가 공권력 행사를 감시·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은 특히 업무 처리에서 적법성과 중립을 지킬 책무가 있다. 이번 사안으로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해 온 추 장관과 최 대표 간 비선 커넥션 의혹을 더욱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도 정부 공식 문서나 그 초안이 합법적 계통을 벗어나 특정 인사들에게 유출된 것이 사건의 시작이자 본질이었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법무부 자체 감찰이 필수이며, 국정조사를 하는 방안도 열어둬야 한다. 추 장관도 사안의 엄중함을 인정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사설] 경악스러운 추 장관 ‘입장문 초안’ 유출, 내막 밝혀라
입력 2020-07-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