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줬다 뺏은 경희대… 과다 지급 이유로 현금 반납 요구

입력 2020-07-10 04:05
경희대가 실수로 장학금을 과다 지급한 학생들에게 금융권 대출을 받거나 다른 장학금을 받아서라도 초과 지급분을 반납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경희대에서 학생에게 장학금 반납을 요청한 메일을 캡처한 것. 학생 제공

경희대가 실수로 장학금을 과다 지급한 학생들에게 초과 지급분을 현금으로 반납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학생에게는 금융권 대출을 받아 갚거나 다른 장학금을 받아 갚을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일종의 ‘장학금 돌려막기’를 학교 측이 요구한 셈이다.

경희대 학생 A씨는 8일 “학교가 이번 학기 지급한 장학금 260만원을 다시 반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월 ‘우정장학금’(전액)을 받았다. ‘우정장학금’은 저소득층 학생 대상의 학내 장학제도다. 그런데 지난 5월 18일 A씨는 학교로부터 ‘장학금이 잘못 지급됐으니 교육부 감사 기간 종료 전에 반납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자비로 장학금 초과분을 반납하기 어려웠던 A씨는 한국장학재단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전액 장학금 수혜자가 돼 지난 학기 학자금 대출이 반려됐기 때문이다. 또 생활비 대출 신청 기간도 이미 끝나 260만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경희대 장학팀은 A씨에게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반납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장학팀은 A씨와의 통화에서 “학자금 대출은 기간이 지나 추가 대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혹시 다른 금융기관 대출은 힘드시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갑자기 어디서 목돈을 마련하느냐”며 “1금융권 같은 데선 되지도 않고 안 좋은 수단밖에 없지 않냐”고 답했다.

결국 학교는 교내 다른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 장학금으로 초과 지급된 장학금을 갚으라고 안내했다. 사실상 ‘장학금 돌려막기’를 학교가 제안한 셈이다. 장학팀은 A씨에게 “6월에 신청받는 장학사정관제에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할 테니 그걸 받아 반납처리를 해 달라”며 “그 대신 충실히 작성해야 금액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는 장학사정관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확인 결과 A씨처럼 장학금을 잘못 받은 학생은 6명이었다. 지난 7일 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학교에서 우정장학금을 실수로 전액 줬는데, 다시 반납하래요’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다른 학생의 성토도 이어졌다. 작성자는 “실수는 자기네들이 하고 자기들은 책임 안 지고 내 장학금만 받아가는 꼴 아닌가”라고 적었다.

학교 측은 담당자의 실수이며 사후 조치를 통해 A씨 등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장학팀 관계자는 “감사를 준비하며 (장학금 지급 내역) 전수 확인 중 (초과 지급 사례를) 발견해 연락이 늦었을 뿐”이라며 “반납 기간을 충분히 주면서 학교에서 해결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학생들이 장학사정관제에 선발돼도 원래 받아야 할 학생이 못 받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담당자는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며 “최대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안내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에게 금융기관 대출을 종용한 것은 결코 아니며, 어떤 학생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다기에 다른 학생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학금 돌려막기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다른 장학제도를 안내해 해결을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명 중 4명은 초과 지급된 장학금 반납을 완료했고, 나머지 2명은 장학사정관제 심사 후 반납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