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예능 열풍을 이끈 SBS ‘런닝맨’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SBS 예능으로는 최초이고, 예능계 전체로 따지면 MBC ‘무한도전’과 KBS2 ‘1박2일’에 이어 3번째다. 플랫폼 다양화로 온갖 예능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외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꾸준히 인기를 견인했다는 점에서 10주년의 의미가 깊다. 최보필 PD는 9일 국민일보에 “고정 출연진으로 진행되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가 10주년을 맞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기념비적인 역사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런닝맨’은 2010년 7월 11일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로 시작해 7년 후 독립했다. 당시 KBS2 ‘1박2일’과 ‘청춘불패’, SBS ‘패밀리가 떴다’를 중심으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호황이었는데 ‘런닝맨’은 농촌이 아닌 도시형 리얼 액션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방송 내내 역동적으로 뛰고 달리고 몸으로 부딪치는 추격전이 큰 틀인데, 출연진 등에 붙은 이름표를 떼면 승리하는 식이다.
‘런닝맨’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한국갤럽) 10위권 밖으로 밀려본 적 없을 만큼 꾸준했다. 최 PD는 “특히 출연진 관계가 쫀쫀하다”며 “이런 관계에서 나오는 특유의 편안함과 그들만의 진짜 우정이 타 예능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10년 동안 가장 큰 성과는 K예능 열풍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중국 등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이유는 ‘상황이 주는 웃음’ 덕분인데,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쫓고 쫓기는 상황 자체로 웃음을 주는 포맷에서 비롯됐다. 최 PD는 “캐릭터 플레이가 효과적이었다”며 “전개를 어렵지 않게 연출하면서 상황 전달만으로도 캐릭터 파악이 가능하도록 하니 웃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야외 예능은 거의 없었고 추격이라는 소재는 더 참신하게 다가갔다.
특히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는 차이나머니를 활용한 K예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중국에 포맷을 수출하면서 한국 제작진 대다수를 투입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인기가 몰아치면서 급기야 중국 방송국 순위마저 바꿨다. 2016년 2분기 중국 방송국 예능 시청률 톱10 순위를 보면 ‘달려라 형제’를 방송하는 저장위성TV가 부동의 1위였던 후난위성TV를 제치고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필리핀으로도 포맷이 수출됐다. 최 PD는 “출연진의 세계적인 인기가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며 “해외 팬들이 제작진 SNS로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사무실로도 팬레터나 선물이 자주 온다”고 전했다.
10년을 같은 포맷으로 유지해온 만큼 일각에서는 ‘진부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PD는 “매주 아이디어를 모아 10년을 빼곡히 채워온 만큼 새로운 소재를 짜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고 역시나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트렌드에 맞는 소재를 찾아내 우리만의 색깔로 바꿔 밀도 있는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겨워지거나 단점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런닝맨’이 지닌 장점은 극대화해 기존 시청층은 꽉 잡고 새로운 팬덤을 유입하기 위해 높은 화제성과 보기 좋은 편안함 두 가지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