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세계… 그 심연을 들여다보다

입력 2020-07-09 19:40
사진=픽사베이

지난 1일 130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송대익씨 채널에 사과 영상이 올라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올린 영상에서 배달된 음식의 포장을 뜯으며 누군가 베어 먹은 흔적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로 전화해 항의하는 모습까지 내보냈다. 이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뉴스에서 본 적 있는 ‘일부 배달원들의 일탈’이 현실화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방송 이후 업체에서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송씨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고 시인한 것이다. 그가 배달 업체를 희생양 삼아 영상 조작까지 감행한 배경에는 조회수가 있다.

‘유튜버들(YOUTUBERS)’에는 조회수 확보를 위한 더 극단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2017년 6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스물두 살의 페드로 루이즈 3세는 조회수를 높일 궁리를 한 끝에 세 살 어린 여자친구 모나리자 페레스에게 위험천만한 부탁을 했다. 권총으로 자신을 쏘도록 하고 이를 촬영하려 한 것이다. 물론 다치지 않기 위해 3.8㎝의 양장본 백과사전을 앞에 들었다. 앞서 몇 차례 실험을 통해 총알이 책을 뚫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주저하던 페레스가 발사한 총알은 책을 뚫고 루이즈의 가슴에 박혔다. 루이즈는 사망했고 페레스는 2급 과실치사죄로 반 년 간 복역했다. 이 불행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더욱 불가해한 사건으로 남게 한 것은 페레스의 이후 행보 때문이다. 출소한 그녀는 2018년 7월 31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지금 여기서 또 동영상을 만든다고 많은 분이 분명히 놀라실 거예요. 저 자신도 약간 놀라고 있지만 꼭 말씀드릴 게 있어서 용기를 냈어요. 그동안 유튜브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이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19초에서 10억 시간으로 ‘빅뱅’

책은 유튜브 설립자 중 한 명인 자베드 카림이 2005년 4월 올린 19초짜리 영상에서 출발해 하루 시청 시간 10억 시간(책 출간 시점 기준)을 넘어선 유튜브 생태계 안에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 기술 칼럼니스트이자 유튜브를 취재해온 크리스 스토클-워커가 3년에 걸쳐 100명에 가까운 유튜버 및 관계자들을 만난 결과물이다. 이제는 비교적 익숙한 직업으로 받아들여지는 크리에이터 혹은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이들을 연결고리 삼아 광대한 유튜브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책은 먼저 유튜브가 초창기 레버, 그루퍼, 구글 비디오 같은 경쟁 플랫폼을 따돌리고 앞선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튜브는 광고 도달률을 중시해 조회수에 더 집중했다. 저작권 소유자들의 불만이 더 높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유튜브 초기인 2005년 겨울 미국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나온 ‘레이지 선데이’ 영상이 단적인 예다. 해당 영상은 저작권자와 무관하게 유튜브에 올라가 첫 주에 조회수 200만을 기록했다. 경쟁 플랫폼이 비교적 일찍 저작권 시비를 털어낸 것과 달리 유튜브는 이듬해 2월에야 해당 영상을 내렸다. 저자는 “유튜브는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그 콘텐츠의 출처를 조사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꼼수’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저자는 유튜브가 “빠르고 깔끔하다”고 평가했다. 2005년 현재와 같은 디자인으로 재구축해 “시청자들이 콘텐츠의 흐름 속에 순식간에 빠져들도록” 했다는 것도 유튜브의 강점이었다. 구글에 인수된 후에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금을 배분했다. 돈이 흐르면서 연예기획사와 매니지먼트, 홍보 회사의 기능이 합쳐진 MCN(다중채널네트워크)도 가세해 ‘전업 유튜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KFC만의 13가지 허브와 양념 혼합 비율, 혹은 코카콜라 레시피처럼 유튜브의 비밀공식”이라고 한 추천 알고리즘 역시 유튜브의 폭발적 팽창 이유를 풀 핵심 열쇠다. 저자는 자료를 인용해 “구글 브레인이 추천을 시작한 3년 만에 사람들이 유튜브 홈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은 20배나 늘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느라 보내는 시간 중 70% 이상이 구글 브레인이 추천한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다”고 적었다.

이 밖에 유튜버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진정성을 기대한다는 다음과 같은 부분도 흥미롭다. “TV 프로그램과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제4의 벽’을 부술까 두려워서 렌즈를 직접 쳐다보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는 마주친 시선이 떨어지지 않도록 연신 밝고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시청자를 자신의 시선 속에 꽁꽁 묶어둔다. 마치 오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책에서 평균 조회수에 따라 구분된 4단계 중 소형 인플루언서(평균 조회수 1만~2만5000 사이)와 초소형 인플루언서(평균 조회수 1000 이상)가 나름 영향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점 많은 승자

마지막 챕터에서 유튜브를 ‘약점 많은 승자’라고 정의한 것에서 보듯 저자는 전반적으로 유튜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앞의 페레스의 사례에서 보듯 조회수를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행을 일삼는 유튜버, “5G가 암을 퍼뜨린다” 같은 온갖 음모론을 비롯해 혐오 콘텐츠가 유포되는 것도 유튜브의 문제로 거론한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꼬맹이 라이언’처럼 어린 유튜버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중 ‘번아웃’과 같은 유튜버들의 심리적 측면은 최근 국내외에서 공통적으로 부상하는 문제다. 저자는 “유튜브의 개인 순위와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시청자를 꾸준히 즐겁게 해주는 데 달려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이따금 동영상을 만드는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열아홉 살때부터 유튜버로 활동한 리사 그린은 저자에게 “‘지금 내 삶은 뭐지? 지금 이게 내가 바라던 삶인가? 내가 바라는 미래가 바로 이건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대답은 ‘아니다’였어요”라고 털어놨다. 유튜버가 현실에서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6년 6월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팬 미팅 중이던 크리스티나 그리미가 광팬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조회수에 목을 매면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구독자 수가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8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수가 1억명을 넘는 퓨디파이는 2016년 12월 올린 영상에서 “유튜브가 내 채널을 죽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이 자신의 동영상 대신 다른 추천 콘텐츠를 보도록 유도하는 등 구독자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2018년 4월에는 이란계 미국인 나심 아그담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불만을 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튜브 본사에서 세 명에게 총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사건 초기 옛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이 총격의 이유로 보도됐으나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이처럼 유튜버들은 구독자 확보 비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관련 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 걸음 떨어져 유튜브 생태계 자체를 조망한다. ‘유튜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유튜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일정 정도의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책이다. “언제나 켜져 있고, 늘 무언가 올라온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어느새 또 다른 세상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를 이해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