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로 가축보건지소 소장을 하신 아버지께서 죽어가는 고창증 소를 주사 하나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나도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중학교 때 ‘약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버지 권유로 약대에 수석합격으로 진학했고 ‘너를 교수로 키워주겠다’는 지도 교수님의 약속을 믿고 졸업 후 대학원에 들어갔다. 교수님 수업보조와 책 집필에 밤낮없이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교수님에게 ‘이전에 약속했던 것은 없던 것으로 하자’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교수의 꿈이 한 순간에 무너져 힘들었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석사과정을 끝으로 공부를 접었다.
‘하나님, 이제 주님 뜻대로 살겠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며 춘천도립의료원 약제과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얼마 후 업무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1년 반 동안 밤을 새며 약국 관리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일하는 당신 뒷모습 보려고 결혼하지 않았다구요.’ 참고 있던 신혼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불만을 터트릴 정도로 나는 일에 빠져있었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병원에서 인정도 받았지만 도립의료원에서 대학병원으로 바뀌어 날마다 규모가 커지는 병원의 폭주하는 일에 점차 지쳐가며 삶의 기쁨도 사라졌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격해 눈물로 사랑고백을 했고 주위에서 참 괜찮은 신앙인으로 인정도 받았는데 버거운 세상 짐에 신앙의 짐까지 더해 마음은 무거웠다. 부활은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성경 말씀까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니고데모에게 예수님이 하신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라.’,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는 말씀이 선명히 보였다. ‘그동안 내 생각과 세상의 지식으로 하나님을 알고자 했구나!’ 내 모습이 보이자 간절히 엎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대가 십자가에 머물러 부활이 희미해진 시대, 사도행전을 건너뛴 시대’라고 강조하신 목사님의 말씀에 사도행전 제자들의 삶에 집중했다. 수많은 기적을 직접 목격했지만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죽음도 불사하며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친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었다. 그때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이 성경과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다’는 요한복음 2장 말씀을 받으며 탄성이 터졌다. ‘부활은 진짜구나!’ 그동안 나와 상관없던 말씀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회개해야 할 죄가 딱 보였다.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온 악랄한 죄! 나는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 후 약학대학이 6년제로 개편되면서 약학전문 대학원 초빙교수로 이루지 못한 꿈도 이루며 교과서를 집필하는 일에도 동참했다. 고생 끝에 완성한 약국관리 프로그램으로 내무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지금은 병원을 퇴사하고 약국을 개업했다. 아픈 분들이 오셨다가 웃는 모습으로 나갈 때 많은 보람을 느끼고 감사가 나온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예수님과 동행하며 말씀과 기도로 의뢰하며 살았더니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은총을 받으며 기쁨을 전하는 삶을 누리게 됐다. 내 삶에 진짜 주인을 찾고 그 분과 동행하는 삶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허락하시는 때까지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김범해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