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8일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는 법무부와 검찰 실무진의 물밑 협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윤 총장이 내놓은 방안을 추 장관이 거부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6시10분쯤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검·언 유착 의혹의 기존 수사팀이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를 포함해 새로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꾸리겠다는 방안이었다. 추 장관의 지시대로 수사본부는 윤 총장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본부를 지휘하는 방식이었다.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면서도 검찰 안팎 의견을 따른 결과라는 게 대검찰청 측의 설명이었다. 앞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에서 빠지라는 추 장관의 지시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런 건의를 한 지 불과 1시간30분 만에 거부했다. 법무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 후에도 제3의 특임검사나 수사팀 교체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게 그대로 수사를 맡기는 방안만 유효하다는 압력이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대검은 이번 검·언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적어도 이 지검장은 지휘 라인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이 지검장에 대한 신임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실무진 협상을 거쳐왔고 법무부 검찰국에서 검찰 측 입장을 전달 받은 뒤 대검의 발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도 이에 따라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업무 부서끼리 의견이 오고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건의를 거부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타협의 여지 없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이에 대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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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