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독립적 수사본부” 건의에… 秋 “지시이행 아니다” 거부

입력 2020-07-09 04:0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 사찰 경내에 서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담아 8일 오전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진. 추 장관은 휴가 이틀째인 이날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남겼다. 연합뉴스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8일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는 법무부와 검찰 실무진의 물밑 협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윤 총장이 내놓은 방안을 추 장관이 거부하면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6시10분쯤 추 장관의 지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검·언 유착 의혹의 기존 수사팀이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를 포함해 새로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꾸리겠다는 방안이었다. 추 장관의 지시대로 수사본부는 윤 총장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본부를 지휘하는 방식이었다.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면서도 검찰 안팎 의견을 따른 결과라는 게 대검찰청 측의 설명이었다. 앞서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에서 빠지라는 추 장관의 지시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하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이런 건의를 한 지 불과 1시간30분 만에 거부했다. 법무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 후에도 제3의 특임검사나 수사팀 교체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게 그대로 수사를 맡기는 방안만 유효하다는 압력이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하면서 윤 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대검은 이번 검·언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적어도 이 지검장은 지휘 라인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이 지검장에 대한 신임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실무진 협상을 거쳐왔고 법무부 검찰국에서 검찰 측 입장을 전달 받은 뒤 대검의 발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도 이에 따라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업무 부서끼리 의견이 오고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건의를 거부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타협의 여지 없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징계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이에 대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