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언행불일치가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으로 이어지며 최근 민심 악화의 불을 댕겼다. 국민에겐 “집값을 잡을 테니 집을 팔라”고 해놓고 정작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고위 공직자, 여당 의원까지 다주택자로 드러나며 국민의 분노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충북 청주 아파트에 이어 서울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은 노 실장이 이 과정에서 3억원의 양도세를 아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눈초리는 청와대 참모진 중 다주택자인 10여명의 결정에 쏠려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하루빨리 매각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도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위 공직자 750명 중 248명이 2가구 이상 주택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다주택자 공무원을 부동산 정책 부서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유례없는 민심 이반을 겪고서야 비로소 현실화되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정부 부처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입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 가운데 다주택자도 다른 상임위로 옮기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기재위와 국토위 소속 의원 56명 중 16명이 다주택자”라며 이들의 상임위 전환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뒷북 행태도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총선 당시 약속했던 ‘2년 내 실거주 외 주택 처분’ 약속의 이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솔선수범하는 취지에서 이른 시일 내 약속이행을 당 차원에서 촉구하겠다”며 “의원총회에서 원칙을 공유하고 신속히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민주당 내 다주택자 의원 42명과 일부 시세차익 내역을 공개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실거주용”이라는 일부 청와대 비서진과 여당 의원들의 행태를 두고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장의 신뢰가 필수적이지만, 문재인정부 정책 당사자들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태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처음부터 정부를 믿고 따르며 행동했던 사람들만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거기서 파생된 불신이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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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김용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