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도 ‘세기’(경도)라는 게 있다. 물맛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 1ℓ에 함유된 미네랑의 양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간한 ‘물백과사전’에 따르면 물 1ℓ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이 75㎎ 이하인 경우 ‘연수’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국산 생수의 대부분은 ‘연수’다.
연수가 지배적인 국내 생수 시장에서 오리온은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로 도전장을 냈다. 적당한 경수는 물에 녹아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150~300㎎/ℓ인 경우에 해당한다. 오리온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경도 191.9㎎/ℓ의 경수로 분류된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수입산 생수를 마시던 소비자들이나 평소 미네랄 보충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스낵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오리온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제2도약을 선언하고 내놓은 생수 브랜드다. 미네랄 함량을 신체 밸런스에 맞춰 높인 프리미엄 생수로 칼슘(62㎎/ℓ), 칼륨(22㎎/ℓ), 마그네슘(9㎎/ℓ) 등이 담겨 있다. 미네랄이 풍부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산성화된 몸을 pH 8.1~8.9로 약알칼리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원수는 ‘천연 필터’라고 볼 수 있는 현무암에 여과돼 깨끗하고 몸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제주도 내 매장량은 약 71억t 에 이른다. 매일 1만t씩 사용해도 2000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생수 사업을 위해 오리온은 2016년 11월 제주토착기업 ㈜오리온제주용암수를 인수했다.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제주도 구좌읍에 3만㎡(약 9000평) 규모의 생산공장 건설을 착공했고 지난해 8월 준공했다.
오리온은 올해 약 1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생수시장 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오리온 제주용암천’으로 출시돼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20~30대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구매력 또한 상승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생수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의 비중은 10% 정도지만 성장률은 매년 50% 안팎씩 오간다. 지금까지는 프랑스가 중국 수입 생수시장 점유율 60.39%로 압도적 1위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에서 프리미엄 생수시장은 거대한 블루오션”이라며 “일반 생수의 평균 이익률은 3.85%지만 프리미엄 생수는 일반 생수 대비 6~7배 높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도 호찌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제주용암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이어지는 한류 열풍에 맞춰 ‘오리온 제주용암수’ 한글 제품명을 라벨에 함께 담아냈다. ‘한국에서 온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에서도 성장 중인 편의점을 중심으로 매장 진열을 차별화하고, 호텔 레스토랑 등의 VIP 타깃 대상으로 미네랄워터의 장점을 알리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성장을 제주도와 함께 나누기로 했다. 제주용암해수를 활용한 제품 판매 이익의 20%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제주도에 환원하고, 제주 지역 인력을 우선 고용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과 용암해수 산업단지 활성화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오리온 제주용암수가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데 이어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출시되면서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제주용암수 사업이 본격화됐다”며 “청정 제주의 우수한 수자원으로 만든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하고 해외 수출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