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하기 위해선 제목이기도 한 라틴어 ‘오티움(otium)’에 대한 저자만의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에 나온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오티움은 여가, 은퇴 후 시간, 학예 활동을 의미한다. 정신과의사이면서 작가인 저자 문요한은 이 중 세 번째 의미에 주목한다. 시 짓기, 공부하기, 토론하기 등의 의미를 담은 학예 활동에서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이라는 의미를 추출해낸다.
저자가 오티움이란 옛 단어를 끌어온 건 “단지 휴식으로서의 여가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의 피로는 “기본적으로 육체적 피로라기보다는 정신적 피로”라고 본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이 일상용어처럼 쓰일 정도로 여가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여가 시간 자체의 증가가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억지로 애를 쓰지 않는 것,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오티움의 다섯 가지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결과나 보상에 상관없이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는 ‘자기 목적적’이어야 하고 최소 매달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이어야 한다.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주도적’이어야 하고, 몇 개월 하다 그만두는 것이 아닐 정도의 ‘깊이’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중독과 구별될 수 있도록 그 활동 자체만이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긍정적 연쇄효과’를 줘야 한다.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가 정의한 대로 난지행(難持幸·난이도가 있지만 지속적인 행복)으로도 요약해볼 수 있다.
저자는 자신만의 오티움을 찾기 위해선 먼저 “자기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과거 생애를 치밀하게 살펴보라’ ‘자신의 현재 일상을 관찰하라’ ‘다양한 실험과 경험을 하라’ 같이 크게 세 갈래의 방안도 제시한다. 자신과 닮은 가족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비춰보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겨우 찾은 오티움에서 빠지게 되는 슬럼프에 대해서도 걱정할 게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슬럼프를 자연스러운 통과의례라고 설명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책 외부에 존재하는 현실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 탓인지 “부디 이 책이 현실을 덮어버리는 가짜 위안이 아니라 현실을 헤쳐 나가는 진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