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건 “남북 협력 강력히 지지”… 창조적 해법 찾기를

입력 2020-07-09 04:03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미국이 한국 정부의 남북 협력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남북 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 개선과 함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껏 훈풍이 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경색국면으로 돌변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계속되면서 남북 간 협력과 교류도 꽁꽁 묶였다. 남북 간 어떤 교류도 사실상 한·미 워킹그룹 등 미국의 간섭으로 진전을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 부장관의 남북 협력 강력 지지 발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미 간 협상과 별개로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 신년사에서 북·미 관계와 상관없이 남북이 자체적 노력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난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개편한 것도 남북 협력 재개를 위한 포석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일단 분위기는 조성됐다. 이제 외교안보 당국은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 국면이 재개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창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전략 없이 너무 서둘거나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선 안 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국회를 찾아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