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은혜만이 살길입니다

입력 2020-07-09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위력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등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현상이 언택트(untact)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어 접두사(un)가 합쳐진 신조어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인 서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무인화를 기본으로 하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챗봇, 드론 배송 등 다양한 형태의 언택트 기술이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상황이 시작된 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햄버거 가게나 휴게소 식당, 대중이 사용하는 많은 장소에서 언택트 기술을 접해 왔다. 이 기술은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통해 느끼는 피로도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4차 산업혁명을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게 코로나19다. 미래학자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견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생활이 더 빨리, 더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예배의 삶과 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금과 같이 주일에도 교회에 나오지 않고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는 게 좋겠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결과도 수차례 나왔다.

일상에서도 ‘언택트족’ ‘언택트 소비’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한다. 초연결시대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외톨이가 되는 안타까운 현상도 나타난다. 코로나19는 이 같은 현상도 가속할 것이다.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도자들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최대의 난제다. 4차 산업혁명만의 문제라면 난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까지 덮치면서 우리의 약함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대응방안도 충분치 않다. 특히 콘택트가 중요한 식탁교제와 공동체 모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모임도 교육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힘의 논리에 쉽게 빠져들었다. 힘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인간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더 겸손하게 말하게 된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위기 앞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각각의 분야에서 논의한다.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은 이어질 것이다. 성경의 예언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분명한 것은 무엇일까.

살아남기(survival)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 살아남아야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지상명령을 성취하기 위해선 진정한 부흥(revival)을 경험해야 한다. 부흥은 본질의 회복이다. 복음 앞에 다시 서는 것이다. 약하기에 부흥이 필요하고 내 힘으로 할 수 없기에 은혜가 더욱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선지자들의 고백이었고 성경의 가르침이다. 복음은 화려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연한 순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비록 우리가 약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도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에게 부흥을 주시기 원하신다. 지상명령을 이루기 위해 더욱 그렇다. 우리는 너무 힘들고 어쩔 수 없이 멈추어야 하는 이때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은혜를 사모해야 한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전 1:25)

김찬곤 (안양석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