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연세요양병원에 여성 에이즈환자의 진료의뢰가 왔을 때, ‘혹시 성매매 여성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은 없었고 대부분 남편을 통해 감염됐다.
여성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결혼 후 임신을 해 기쁜 마음으로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 엄마가 에이즈네요. 알고 계셨어요?” 충격을 받은 A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지금 산부인과인데. 나보고 에이즈래. 나 어떻게 해.” 남편은 그날로 휴대전화를 바꾸고 도망쳤다. 남편이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것이었다. 산모가 에이즈 환자면 아기도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로 태어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를 수직감염이라고 한다.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동성애자임을 감추고 사는 남성 동성애자를 ‘클로짓 게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여성과 결혼도 한다. 동성애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이반시티’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성과 결혼할 것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미 했다’가 12%, ‘언젠가 할 것이다’가 29.7%, ‘이혼했다’가 2.3%, ‘아직 모르겠다’가 25.1%, ‘절대 안 한다’가 30.8%였다.
여성에 흥미를 못 느끼는 남성 동성애자가 결혼하는 이유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기 위해서다. 동성애자들은 “보수적인 사회의 압박으로 인해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들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결혼 사기다. 자신의 사회적 평판만 생각하고 피해자인 여성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행동이다. 이 문제로 법정에 선 남성 동성애자도 있다.
여성 B씨는 5년간 결혼 생활을 했지만, 부부관계가 거의 없었다.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다며 늦은 퇴근과 잦은 야근을 반복했고 대화도 갈수록 줄었다. B씨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열어 본 휴대전화에서 남편이 동성애자이며 다른 남성과 종종 즉흥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됐다. 법정에 선 B씨와 남편은 진흙탕 싸움을 했다. 남편은 사회적 차별과 인권을 언급하며 사기 결혼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질 자녀가 없으니 위자료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B씨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 동성애자 남편과 사는 이성애자 여성들을 위한 웹사이트까지 있을 정도다. 동성애자 남편들은 이곳에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지 않나’ ‘동성애자 남편과 함께 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자기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나’ ‘남편을 고치려 애쓰지 말고 네가 바뀌어라’ 같은 글을 올리곤 한다. 동성애자임을 감춘 남성과 결혼하는 피해를 예방하려면 평소 주의깊게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