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이스타항공의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했다. 업계 안팎에선 실질적인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항공은 7일 자료를 내고 “이 의원이 헌납한 이스타항공 지분의 실제 가치는 8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걸로 체불임금 260억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스타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이스타 측의 각종 의혹은 제주항공이 매수하려고 한 지분의 정당성에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최근 이 의원 일가에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이 M&A에 부담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제주항공은 또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은 이스타가 내린 결정”이라며 “제주항공은 적자 상황을 감안해 셧다운을 조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이스타 측에서 계약 내용을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이달 15일까지 미지급금 1700억원 해결 등 계약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업계에선 사실상 M&A가 무산됐다고 본다. 김 장관이 지난 3일 이 의원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저녁 자료를 내고 “제주항공이 지급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 등을 조정하면 이 의원 지분은 150억~200억원 가치”라며 “제주항공이 셧다운 등을 요구했다는 증거가 많지만 쌍방의 신뢰를 위해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계약 파기 시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직원 1600여명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이스타항공이나 제주항공, 어느 쪽에서도 체불임금 200여억원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