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천지 사태 때보다 전파력이 6배나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바이러스가 아파트 승강기와 골프장 등 실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 퍼져 유행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기 중에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은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역수칙 강화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7일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9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바이러스 GH그룹의 CT값이 이전에 유행한 S·V그룹보다 낮게 나오는데, 그만큼 바이러스양이 많고 전염력이 높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CT값은 바이러스 농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파력은 커진다.
V그룹은 신천지 집단감염에서 확인된 바이러스 유형이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을 비롯해 쿠팡물류센터,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광주 광륵사 등 최근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유형은 GH그룹이다. 이 GH그룹의 감염량(세포에 대한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보다 평균 5.95배 높게 나왔다고 권 부본부장은 설명했다.
전파력을 키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상 곳곳에서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낮 12시 기준 29명의 누적 확진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 장암주공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 버튼이 감염 경로로 지목돼 불안감을 키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체 표면에 며칠간 생존할 수 있어 버튼에 묻은 확진자의 비말이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실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여겨진 실외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와 방역 당국을 긴장케 했다. 장암주공아파트 관련 확진자와 함께 경기도 광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2명이 나란히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감염자와 접촉이 이뤄지는 장소라면 실내외를 막론하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수도권과 광주 집단감염 확진자도 연일 추가되고 있다. 광주사랑교회에서 2명, 이 교회 확진자가 방문한 사우나의 직원 3명 등이 확인돼 광륵사 관련 확진자는 누적 92명으로 늘었다. 수원 교인 모임에선 접촉자와 그 가족 등 5명이,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선 자가격리 중이던 교인의 직장 동료 1명이 각각 추가돼 누적 25명과 37명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전파될 수 있다며 방역수칙 강화를 제안한 과학자들의 제안을 WHO가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HO가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인정하면 ‘1m 거리두기’ 권고부터 바꿔야 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1일 공적 마스크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12일부터는 수량 제한 없이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