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해자 감싸며 폭행 자백한 팀닥터… 수상한 정황

입력 2020-07-08 04:05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7일 고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추가 피해자들과 대화에서 팀 닥터 안모씨의 폭행·추행 정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글귀는 안씨의 추행과 선수단 숙소 무단 침입을 증언한 피해자의 자필 진술서의 일부. 임오경 의원실 제공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선수와 ‘팀 닥터’ 사이에서 혐의를 부인하도록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팀 닥터’로 불렸던 안모씨가 최 선수의 사망 사흘 전에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규봉 감독을 감싼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갑작스럽게 혐의를 인정하며 나타난 안씨의 등장 배경을 놓고 가해자 간 공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7일 “안씨가 지난 6월 23일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진술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며 “안씨가 이 과정에서 ‘김 감독에게 잘못이 없고, 경주시청 선수·관계자들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지난 4월 8일 최 선수의 팀 내 폭언·폭행 피해를 접수했다. 최 선수의 신고서는 김 감독, 주장 장씨, 남자 선수 김씨만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여기에 안씨의 이름은 없었다. 사건은 경북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된 뒤 지난 6월 1일에 대구지검으로 이첩됐다.

안씨는 그 이후에 등장했다.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최 선수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인정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알렸고, 진술서에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음주 상태로 최 선수의 뺨을 때렸지만 폭행 사유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작성했다. 최 선수가 사망한 지난 6월 26일로부터 사흘 전의 일이다.

안씨가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 진행 두 달 만에 등장해 최 선수에 대한 폭행을 시인하고 김 감독을 옹호한 점을 놓고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안씨가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 혹은 선수들과 모의해 ‘혼자만의 범행’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김 감독과 선수 장씨·김씨가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거나 “잘못이 없어 사과할 일이 없다”고 같은 입장을 밝히며 혐의를 부인한 점도 가해자 간 공모 의심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추가 피해자 조사를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가 피해자 진술을 충분히 확보하는 대로 안씨에게도 출석요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재 추가 피해자를 15명 정도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보도대로) 안씨가 잠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앞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출석해 이미 조사를 받은 바 있고 검찰로 사건을 이첩한 직후 출국금지 명령도 내렸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안씨 등이 대한 고발된 사건은 경주경찰서 조사가 끝나 지난 5월 29일 대구지검으로 사건이 송치됐다.

김철오 조효석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