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래단지 거액 배상한 JDC “제주, 대규모 토지개발 없을 것”

입력 2020-07-08 04:01
짓다 멈춘 서귀포 예래 콘도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더 이상 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토지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주도 개발이 대규모 외국자본을 유치해 제주도 땅을 파헤쳐 고급 휴양시설과 카지노, 빌딩 등을 짓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미래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JDC가 추진해온 개발사업은 외자유치 1호였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이 폐기되면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THAAD) 사태에 따른 방한 중국인 급감 같은 정치·경제적 변수로 제주도 곳곳의 땅만 파헤쳐진 채 이미 진행중이거나 계획됐던 개발사업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지난 1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폐기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젠 땅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면서 “외자 유치 필수조건처럼 여겨지던 고층빌딩이나 카지노 건설도 이제 시대에 뒤쳐진 얘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인허가 무효 판결와 외국투자자 손배소송으로 무산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제주 7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말레이시아 투자자 유치에서 무산까지 15년간 이어진 ‘버자야 사태’가 JDC의 사업방향 재설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2년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의 미래 비전을 ‘국제자유도시’로 설정한 이후 제주도와 JDC는 자본 유치를 통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사업에서 제주 발전동력을 찾아왔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은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이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74만4205㎡에 50층 규모의 호텔과 휴양 콘도미니엄 카지노 의료 상가 문화시설 등을 짓기로 한 사업이다.

버자야 그룹과 JDC는 2008년 버자야제주리조트를 설립한 후 2013년 첫 삽을 떴지만, 사회기반시설과 콘도공사 도중이던 2015년 3월 대법원이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그해 7월 공사가 중단됐다. 법원은 더 나아가 유원지와 무관한 사업계획을 승인한 행정의 인·허가 자체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업이 멈추자 버자야 그룹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뒤 JDC는 초기 투자금인 1250억원을 물어주는 조건으로 소송 취하에 합의했지만, 토지주들과의 소송, 버자야 측이 짓다만 건축물 뒷처리, 새사업 추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더 들이게 됐다.

주민과 마을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토지주들은 토지 수용이 시작된 2005년 이후 15년간 생업을 뒷전으로 한 채 소송에 매달렸다.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왕골 재배지였던 청정지역 예래마을엔 짓다만 147동의 건물 잔해만 을씨년스럽게 남았다. 제주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고 매달렸던 ‘제주국제자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 사업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스스로 사업을 좌초시킨 셈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