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포함한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안전판 없는 ‘고무줄 규제’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5년 전 사모펀드 투자자 관련 규제는 대폭 풀어놓고, 운용사 관리·감독이나 불완전판매 제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틈 타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일탈과 판매사의 마구잡이식 판매가 가능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등 개정안 시행에 따라 완화된 규제 내용을 발표했다. 일반사모펀드와 헤지펀드로 나뉘어 있던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일원화하고, ‘적격 투자자’에 한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설명에 따르면 적격 투자자란 전문투자자와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투자자를 뜻한다. 이 중 일반투자자의 경우 최소 1억원의 투자금액만 있어도 사모펀드(레버리지 200% 이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었다. 또 사모펀드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면제하고 투자 광고를 허용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7일 “바로 이 틈을 노리고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 판매사가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조작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의 의무 공시 항목도 축소했다. ‘주주의 권리에 관한 사항’을 공시 항목에서 제외했는데 여기에는 자산 양도 내역, 전환사채 발행, 다른 회사의 지분 취득 등이 포함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수탁사와 판매사도 모르게 사모사채를 인수해 펀드 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도 공시 의무 완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운용사 자본금 요건도 4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췄고, 전문 운용 인력이 3명만 있어도 회사 설립이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놓고 사후 관리·감독이나 투자자 보호 조치는 촘촘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결국 라임 사건이 터진 이후인 지난 4월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높이고, 판매 시 녹취 의무 등을 부여하는 등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또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르면 앞으로 불완전판매 시 판매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최근 환매 중단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아직도 제재 수위가 약하다는 평가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0%가 아닌 최대 200% 상향하는 등 징벌적 과징금 성격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사모펀드 사기 사건의 경우 사안별로 엄청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시행돼야 판매사도 펀드 상품 선정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와 운용사 전수조사를 놓고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노조는 최근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 완화로 환매 중단이 일어났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내놨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책임을 미루려 했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최소 투자금액 상향에 이어 이번 전수조사 조치 역시 대규모 환매 중단이 이뤄진 이후에나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소를 수백 마리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