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무대 주연 꿰찬 신인… “상대역 위압감 표현 위해 깔창도 뺐어요”

입력 2020-07-11 04:06
뮤지컬 ‘모차르트!’의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박강현이 인터뷰에 앞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촬영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배우 박강현은 뮤지컬 ‘모차르트!’ 개막 전 리허설 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뒷좌석으로 갔다. 배우의 표정이나 무대 장치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극의 흐름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그런 악조건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박강현은 “대사 전달에 신경 쓰고 있다”며 “뮤지컬은 대사가 음계와 함께 표현되기 때문에 배우가 음악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관객은 전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10주년 무대에 신인 박강현이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폭발력 덕분 아닐까.

박강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관객이 없다면 무대도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미뤄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관객과 만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박강현은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했다. 2년 후 도전한 ‘팬텀싱어 시즌2’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준우승을 거머쥔 후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으며 ‘마리 앙투아네트’ ‘엑스칼리버’ ‘웃는 남자’ 등 대극장 주연을 줄줄이 꿰찼다.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성장통과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박강현은 대본을 받고 대중이 지닌 모차르트의 이미지가 자신과 꼭 맞을지 고민했다. “천재성과 그가 놓인 환경에서 계속 방황하고 대립하는 캐릭터예요. 이런 모습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겠지만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업적과 위대함보다는 천재성과 인간적인 면에 집중했어요. 특히 아버지와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리려 노력하고 있죠”.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을 염려해 자신의 울타리 안에 존재하길 바랐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위험을 감수하며 아버지 곁을 떠난다. 박강현은 “모차르트는 태생이 천재다. 자신이 원해서 비범한 능력을 얻은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천재이기 전에 결국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와 다름없이 가족 때문에 아파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강현이 애착가는 넘버로 ‘나는 나는 음악’을 선택한 이유도 같다. 그는 “모차르트가 어떤 사람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넘버”라며 “자신이 곧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의 괴로움 역시 이 넘버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극중에서 줄곧 모차르트에 위압적인 대주교 콜로레도와의 관계를 부각하기 위해 박강현은 일부러 깔창을 빼기도 했다. 당시 음악가는 귀족과 성직자의 하인 신분으로, 궁정이나 교회에 소속되지 않으면 생계를 꾸릴 수 없었다. 잘츠부르크의 통치자 콜로레도는 모차르트를 억압했다. 박강현은 “당시 모차르트와 콜로레도의 신분 차이는 엄청나다”며 “콜로레도보다 체구가 작은 모차르트의 모습이 신분 차이로 해석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철저히 준비해도 무대에 서면 여지없이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이 있다. 이 작품에선 아버지가 떠나는 상황이다. 황제가 “브라보!”라고 외칠 정도로 성공적인 연주를 한 모차르트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마주한다. 감격스러운 순간에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지만 되레 “겸손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았다. 박강현은 “아들을 사랑하면서 왜 상처를 주는지 원망스러웠다”며 “아버지가 ‘너는 나를 버리고 네 엄마를 죽게 했다’고 말할 때면 감정적으로 무너져내리게 된다”고 했다.

대극장에서 3~4개월 동안 무대에 서는 뮤지컬 배우는 1회 공연에 100%의 에너지를 쏟지 않아야 버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박강현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내공이 없어 에너지 분배를 못 해요(웃음). 에너지의 80%만 쓰자고 다짐했던 날 바로 목이 쉬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