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를 미국에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7일 35만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손씨가 운영한 사이트에서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미국인들은 징역 5~15년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그는 1년6개월 만에 풀려났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한국 검찰이 계란 18개를 훔친 생계형 범죄자에게 구형한 형량이 손씨가 받은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송환 불허 이유로 손씨를 미국에 보내면 국내 수사가 지장을 받아 관련 범죄에 대한 발본색원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재판부의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배경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소연할 정도의 인격살인 행위인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턱없이 낮다. n번방 박사방 사건 이후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유독 사법부의 인식 수준은 수십년 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하나만 다운로드해도 징역 5년이다. 소지한 개수에 따라 형량이 늘어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달 법 개정 전까지만 해도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쳤다. 개정 후에는 1년 이상의 징역으로 바뀌었다.
손씨는 2년8개월 동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2만여개를 회원 4000여명에게 유포해 4억원의 암호화폐를 챙겼다. 생후 6개월의 영아까지 범죄의 표적으로 삼았을 정도로 악랄했다. 그런데 그에게 대한민국 법원이 확정한 형량은 고작 징역 1년6개월이다. 법정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인데 법원은 ‘정상을 참작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사법 당국은 하루속히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그전에라도 판사 개개인이 엄중하게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 하루 만에 35만명의 동의를 얻은 민심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설] 손정우 송환 불허에 분노한 민심 무겁게 받아들여야
입력 2020-07-0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