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국내 여행 일번지로 꼽힌다. 산과 바다, 계곡이 어우러진 데다 숙박·즐길거리·먹을거리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덕분이다. 그 중 속초는 빼놓을 수 없는 여름 휴가지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명소가 많아서다. 눈·사진·마음으로 빠져드는 뉴트로 여행지로도 인기다.
속초의 대표적인 산은 설악산이다. 속초시, 양양군, 고성군, 인제군 등 4개의 시·군에 걸쳐 있지만 천불동 계곡, 울산바위, 권금성, 금강굴,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등 기암절벽과 큰 폭포들이 속초에 속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특히 명승 제96호 토왕성폭포는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등 총 320m로 이뤄진 연폭(連瀑)으로 국내 폭포 가운데 최장이다. 화채봉(1320m)에서 흘러 칠성봉(1077m)을 끼고 돌아온 물은 토왕성폭포(약 890m)에 이르러 하늘에서 비류하는 천상의 절경을 빚어낸다.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널어놓은 듯 아름답다.
노적봉(716m) 중턱 해발 480m 정도에 2015년 토왕성폭포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상단과 중단만 아스라이 보이고, 하단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하단까지 제대로 보려면 노적봉 정상에 올라야 한다. ‘한편의 시를 위한 길’과 ‘4인의 우정길’ 등 암벽등반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 전문가와 함께 안전 장비를 갖추고 국립공원공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상에 서면 웅장한 토왕성폭포 위로 함지덕골로 불리는 계곡이 일부 보인다. 토왕성폭포는 평소 수량이 부족해 평소에는 폭포다운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최근 장맛비 덕분에 다소 폭포의 면모를 갖췄다.
토왕성폭포 왼쪽으로는 토왕좌골과 허공다리골 등 골짜기가 자리하고 그 사이 거친 절벽이 하늘을 향해 송곳처럼 솟아 있다. 험악한 모양새와 달리 ‘경원대 길’ ‘솜다리의 추억’ ‘별을 따는 소년들’ 등 감성적 이름을 가진 등반 루트도 있다.
토왕골 물줄기가 합류한 쌍천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상도문돌담마을이 있다. 정감 어린 돌담과 한옥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매력을 자랑한다. 주민들이 작은 돌멩이에 참새, 고양이, 부엉이 등 친숙한 동물을 그려 담에 올렸다. 다양한 스톤 아트로 꾸민 돌담갤러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닷길을 걸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다. 65년 만에 2018년 개방된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이름만큼이나 멋스러운 해안 감성로드다. 외옹치는 바닷가로 삐져나온 항아리처럼 생긴 언덕이다.
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항에서 외옹치해변을 지나 속초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총 1.74㎞, 걸어서 1시간이 걸린다. 외옹치항에서 외옹치해변까지 데크가 놓인 구간은 890m다. 속초시 관광 홈페이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고 안내한다.
청초호 인근에 칠성조선소가 있다. 1952년 세워져 속초 오징어가 전국으로 팔려나가던 시절을 주름잡은 조선소다. 나무배가 사라지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전시관과 카페로 변신하면서 호수 풍경을 감상하는 ‘뉴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바다와 맞닿은 너른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들고 나와 호수를 보며 마시기 좋다.
여행메모
비 온 뒤 2~3일 토왕성폭포 물줄기
아바이순대 등 지역색 담은 먹거리
서울양양고속도로 덕분에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양양분기점에서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양양나들목을 나오면 지척이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상징인 곰 동상이 있는 소공원에서 토왕성폭포전망대까지는 2.8㎞ 거리로 왕복 2시간 30분쯤 걸린다.
비가 많이 오면 설악산 탐방로 출입이 통제된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토왕성폭포는 비가 내린 후 2~3일간 제대로 볼 수 있고, 역광에 방해 받는 오후보다 햇살이 바위 절벽을 붉게 비추는 아침이 더욱 좋다.
속초에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지역색을 담은 이색적인 음식도 많다. 함경도에서 피란 온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아바이마을의 아바이순대가 대표적이다. 오징어 몸통에 속 재료를 가득 채운 오징어순대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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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