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쏟아진 정치권의 다주택 제한 대책, 하나라도 실천해라

입력 2020-07-08 04:01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다주택자를 공천 배제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 결과 민주당 의원 180명(개표 당시 기준) 가운데 42명이 다주택자이고, 그중 21명이 문재인정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 다주택 보유자로 드러났다. 민주당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민주당도 애초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니 후보들에게 ‘2년 내 처분하겠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은 게 아니겠나. 그나마 이 서약서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마당에 부동산을 처분할 얼간이가 있을까 싶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더 심하다. 서울시의원 상위 5명이 보유 중인 주택이 무려 81채나 된다. 시의원 110명(이 가운데 102명이 민주당 소속) 중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의 다주택자는 34명에 이른다. 여당 의원,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마저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에게 거주 목적 외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은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다. 문재인정부가 스무 번 넘게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도 집값이 뛰기만 하는 까닭을 알겠다.

정치권에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늦어도 한참 늦었다. 민주당부터 2년을 기다릴 게 아니라 당장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래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안한 국회의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 제도는 필수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의 소유를 금지하자는 취지다. 국회의원에 국한할 게 아니라 고위공직자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의원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 등의 거주 목적 이외 주택을 강제처분하는 법안을 마련하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제안도 나왔다. 이 같은 조치들이 선행돼야 그나마 시장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다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펴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부동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인 또한 기피신청을 해야 한다는 김두관 의원 주장이 설득력 있다. 쏟아지고 있는 여러 방안 중에 단 하나라도 행동과 실천으로 옮겨진다면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