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터에서 숨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은 처음 0.4 (퍼밀리아드·노동자 1만명당 사망률)대로 내려앉았다. 노사정 협력으로 안전 사각지대가 좁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는 6일 ‘산업 안전보건 강조주간’을 맞아 산재 예방 유공자를 포상하고 노고를 격려했다. 산업훈장, 산업(근정)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고용노동부장관표창 등 총 82명이 수상했다.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7월 ‘100일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사망사고 감축을 위한 역량을 모았다. 사고가 많은 중소규모 건설현장은 불시 순찰점검 중심의 패트롤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런 노력은 긍정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전년 대비 116명(11.94%) 줄었다. 1999년 사고사망자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또 사고사망만인율은 2018년 0.51 에서 0.46 로 감소해 사상 처음 0.4 대에 진입했다.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전문가의 숨은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날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정미경 한국방송공사 보건관리자는 36년간 노동자 건강증진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마스크 2만1000개를 직접 사 방송 제작 현장의 파견 근로자들에게 나눠줬다.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건설업체 한라의 박성일 현장소장은 창의적인 산재 예방을 실시해 2015년 이후 무재해 성과를 거뒀다.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우종현 한국안전기술협회 대표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세사업장 520여곳에 부적합 위험 기계 교체, 간단 보수 등 무상서비스를 제공했다.
산업포장을 수상한 박철우 성동공업사 부장은 64세 고령의 베테랑 금속가공 전문가다. 그는 산업안전산업기사, 전산응용기계제도 기능사 등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후 협력사에 위험성평가 제도를 적극 전파하고 실행했다. 350건에 달하는 작업현장의 유해 위험요인도 찾아냈다. 한만철 삼성물산 책임(산업포장)은 타워크레인·건설작업용 리프트 등 건설장비·위험 기계 안전관리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립, 지난 6년간 건설장비 중대 재해 0건을 기록했다. 근정포장을 받은 권혁 부산대 교수는 “비용 때문에 안전이 뒷순위로 밀리는 일이 없도록 산업재해 예방 법제도 개선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표창을 받은 이대희 SK건설 주임은 2002년부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현장을 누볐다. 안전시설물의 설치, 공도구 및 장비 점검, 위험요소 등을 잡아내며 호랑이 감독관 역할을 했다. 박현철 GS동해전력 대표(대통령표창)는 안전팀을 본인 직속으로 개편하고 매년 안전분야 예산 약 5억원을 별도로 수립했다. 발전소 안전조치 미흡 사항을 안전사례집으로 발간해 협력업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장정규 한국종합안전 대표(대통령표창)는 열악한 중소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재해 예방 기술지도·노무 서비스를 지원했다. 안전보건과 직무교육을 강화하는 ‘건설안전관리사-LS’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이자 최우선의 가치”라며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