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셧다운·구조조정 지시”

입력 2020-07-07 04:04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이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증거를 이스타항공 측이 공개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인수·합병(M&A)이 무산 위기에 놓이게 된 책임소재를 두고 양사 간 폭로전이 격화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이 전 노선 운항을 멈추기 전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6일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최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 부분이 사라지는 거여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라며 “그럼에도 지난번 회의 때 (제주항공 측에서) 여러 제안을 하기에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을 하고 난 뒤에 희망퇴직 등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라며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셧다운) 맞다”고 답했다.

M&A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임금체불 문제도 언급됐다. 최 대표는 “희망퇴직하는 직원에겐 임금을 다 주지만 남아 있는 직원은 향후 제주항공이 미지급금을 다 줄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딜클로징을 빨리 끝내자”며 “딜클로징이 되면 가장 우선순위가 임금”이라고 답했다.

조종사노조는 당시 양사 직원들이 진행한 회의록도 공개했다. 3월 9일 이스타항공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경영진 간담회’ 자료에는 ‘제주항공 측이 항공기 축소에 따른 직원 수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여기에는 직원 405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최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항공은 여러 차례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구조조정과 셧다운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딜을 파기하려고 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달 15일까지 체불된 임금, 영업비 등 미지급금 최소 800억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이스타항공에 통보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늦게 반박 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은 양사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지난 3월 이전에 이미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노조가 회의록이라고 공개한 자료의 최초 작성일이 2월 21일”이라며 파일 최초 작성일을 캡처한 화면을 공개했다. 이어 “대표 간 통화 녹취록도 딜 클로징을 빨리 해서 체불 임금을 지급하자는 원론적인 내용이지 딜 클로징 전에 책임지겠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르면 7일 구체적인 반론을 내놓겠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