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숙현 선수 가해자는 물론 대한체육회 등도 중징계하라

입력 2020-07-07 04:02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최숙현 선수의 팀 동료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주장의 왕국이었다”고 했다. 이들이 6일 국회에서 한 증언을 보면 팀에서 집단 폭력과 인권 유린이 일상화돼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 사회에서 격리된 복지시설이나 군대에서 발생한 일들을 연상시킨다.

지방자치단체 소속팀이었지만 최소한의 행정 감독도 이뤄진 흔적이 없다. 의사 면허증도 없는 팀 닥터가 감독보다 더 최 선수를 괴롭혔다는 증언이 있었다. 이번에는 감독과 주장인 장모 선수의 악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했고, 주장은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최 선수를 비롯해 모든 선수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폭행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장 선수 등 3명은 관련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감독은 관리·감독이 소홀했음을 시인했을 뿐이다. 장 선수는 “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 원인 규명과 가해자들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체육계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이 다시 증명됐다. 체육계 폭력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수단 내 폭력·가혹 행위를 한 지도자나 선수는 현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수위여야 한다.

처벌이 최 선수 폭행 가해자로 그쳐서는 안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등 관련 단체를 감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의 상습 폭행을 폭로했을 때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산하에 인권센터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선수 보호에 실패했다. 지난 4월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최 선수는 경주체육회에도 진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