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호남과 영남 출신 대표 대선 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간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홍영표 의원에 이어 5일 우원식 의원도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사실상 대선 전초전과 다름없는 구도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당 외곽의 대선주자 지지층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당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 의원은 “당 안팎의 많은 분들과 상의한 끝에 지금 비상한 시국에 치열한 경쟁보다는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장에서 당의 개혁을 일구며 뒷받침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을지로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당내에서 진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우 의원에게 개혁성향을 앞세워 완주하라는 당내 요구가 적잖았지만 결국 중도포기 선언을 한 것이다.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홍 의원도 지난 3일 “백의종군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마 의사를 접었다. 전당대회 과열을 우려해 대권주자들의 당권 도전을 비판해왔던 홍 의원은 두 대표주자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홍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 이낙연 대세론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홍 의원의 출마가 당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연이은 불출마 선언에 이낙연 의원은 “국가와 당을 위한 충정과 결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들과) 힘을 모아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들과 직접 통화하며 이 같은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유력 주자로 당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이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설훈 박광온 최고위원과 최인호 전혜숙 의원 등 이 의원을 돕는 이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체계적으로 전당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고심했던 최 의원은 “최고위원 자리보다 손과 발이 필요한 곳에서 코로나 국난 극복과 정권재창출 실현에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며 불출마 뜻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 의원의 대언론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도 “두 분이 문재인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내려주신 결단에 담긴 뜻을 잇겠다”며 “전당대회를 가치와 정책의 경쟁으로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대선전초전’ ‘영호남 대결’ 등 관측에 부담을 느낀 듯 “어디까지나 당대표를 뽑는 정기 전당대회이니 당내 분란을 부채질하거나 이간질하는 건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앞서 당대표에 선출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양강 대결이 되면서 친문 핵심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치열한 물밑 싸움이 예상된다. 한 친문계 의원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상황이라 전당대회는 가급적 조용히 치르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일단 관망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