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초석 다지는 정의선, 이번 주 최태원도 만난다

입력 2020-07-06 04:08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행보로 미래차 시대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재계 총수들과의 협력을 주도하는가 하면 완성차에서 한 단계 나아간 ‘스마트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한 구조 개편과 외부 인재 영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행보에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를 만들겠다는 그의 추구 가치와 현대차를 세계 선도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야망을 엿볼 수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번 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최종 세부 일정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 회장에 이르기까지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총수들의 릴레이 만남은 무리 없이 성사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의 행보에는 전기차를 넘어 미래차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최 회장과 만나 개인용 비행체(PAV),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 미래 신사업에 필요한 배터리 관련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당시 현대차 부스를 방문했던 SK 주요 임원들도 주행거리가 긴 배터리와 첨단 소재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이 꿈꾸는 인간 중심의 미래도시는 이동시간의 혁신적 단축을 통해 도시 간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는 세계다. 지난 1월 CES에서도 “하늘길에서 새롭게 펼쳐질 신개념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은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인류를 위한 진보’(현대차 슬로건)를 이어나가게 할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사업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은 비전 완수를 위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도 그의 의지가 드러난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10명 이하 소규모 팀을 통폐합했다.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하고 협업 체계를 강화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나 수소전기차 관련 조직은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율복장제 도입, 직급·호칭 체계 단순화 등을 통한 수평적·혁신적 조직문화 확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은 진행형이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등에 이어 지난달 30일 마틴 자일링어 부사장까지 외국인 인재를 각 분야에 두루 중용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선 자일링어 부사장 영입으로 수소전기 트럭·버스와 자율주행 트럭 등 미래형 상용차 개발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그의 모빌리티 비전이 선언적 의미의 계획이 아닌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노력과 진정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구인 권민지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