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하면서 꺼져가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점화되는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서울에 도착하면 약식 기자회견도 가질 것으로 전해져 그가 북한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7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북·미 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음을 방증한다. 그의 방한으로 1년5개월 이상 중단된 북·미 대화가 당장 재개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미 행정부 내 가장 대표적인 대북 유화파인 만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문에서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강경한 입장임을 드러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비건 대표의 방한에 맞춰 그의 북측 파트너인 최 제1부상이 반응을 내놓은 것 자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 특히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과거 수시로 내뱉던 막말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지 않기 위해 나름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미국이 우리와 판을 새로 짤 용단을 내릴 의지가 없다’고 불만을 드러낸 것 역시 미측에 새판을 짜기 위한 용단을 내리라고 촉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메시지라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미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한 것이나, 미 정치권에서도 선거 전 극적 이벤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맞물려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남북미 간 물밑 접촉 움직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 중재에 적극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또 지나치게 북한에 끌려다니는 등 굴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도 많았다.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은 국가적 품격과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게 됐다. 또 경우에 따라선 창의적이고 과감한 해법을 도출해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소모적 주장만 할 게 아니라 한발씩 물러나 제재 해제와 비핵화 진전을 위한 ‘실리적인 양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사설] 부딪히는 북·미, 외교안보라인의 전략적 지혜 필요하다
입력 2020-07-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