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벤트성 행사 관심 없다’ 뜻 밝힌 북한, 속내는?

입력 2020-07-06 04:05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최 제1부상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7~9일)을 앞둔 지난 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7개월 만에 전격 입을 열고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제1부상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의 기억에서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 제1부상이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낸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한·미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이벤트성 행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요체다. 하지만 대미 외교라인 핵심이 모처럼 나선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희망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할 목적이었다면 대미 외교라인인 최 제1부상이 아닌 군부 출신 강경론자 리선권 외무상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 미국이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 임하지 말고 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확실한 상응 조치를 마련해 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이번 방한이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제1부상은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비건 부장관이 2박3일간의 방한에서 내놓는 메시지를 지켜보며 이후 행동에 돌입할 확률이 크다.

비건 부장관의 메시지가 전향적이라고 판단되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 관련 진전된 메시지가 없을 경우 크게 반발하며 더 이상의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뜻을 재차 밝힐 수도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