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급진 좌파’로 부르면서 이들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에도 “좌파 문화혁명”이란 말을 써가며 이들을 공격했다. 백인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백인과 흑인을 분열시키는 ‘편 가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행사에서 “우리는 급진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들을 무찌르는 과정에 있다”면서 “우리는 콜럼버스가 1492년 미국 땅을 발견했을 때 시작됐던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을 방어하고, 보호하며, 보존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과거는 내다 버리는 짐이 아니다”며 “우리는 분노한 폭도들이 우리의 동상들을 파괴하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짓밟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전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도 시위대를 ‘새로운 급진 좌파 파시즘’ ‘폭도’라고 비난하고 “좌파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을 전복시키기 위해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하는 ‘문화전쟁’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인종차별에 강력히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를 보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분명한 이념을 토대로 건국됐다”고 강조하고 “미국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의 근원을 뿌리 뽑을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의 동상 파괴에 맞서 미국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미국 영웅 국립정원(National Garden of American Heroes)’ 건립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정원에 포함되는 영웅들의 명단도 제시했다.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 목사, 비행사 라이트 형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등이 포함됐다. 흑인으로는 마틴 루서 킹 목사,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이 포함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