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은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도 일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면 역효과를 낸다는 교훈을 남겼다. 같은 일을 하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 등이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점에서 본사에서 직접고용키로 한 인국공의 결정은 논란거리가 됐다. 일반직 정규직 노조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는 등 내부 의사소통도 미흡했다. 청년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기회의 평등 훼손이었다. 먼저 보안검색 요원으로 취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유명한 인국공의 정규직 직원이 된 것은 취업 준비생들의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현대미술관은 2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비정규직인 ‘전문 임기제’ 직제를 5년 이상 계약하는 ‘일반 임기제’로 바꾸기로 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학예사 등 37명이다. 미술관은 인국공과 달리 전원을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뽑고 있다. 기존 전문 임기제 직원들도 공채에 신규 응모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력서를 내고 심사를 받도록 했다. 1~2차 공채 결과 22명이 일반 임기제로 채용됐는데, 기존 전문 임기제였던 이들 가운데 14명(63.6%)이 살아남았고 나머지 8명(36.4%)은 신규 채용됐다. 3명 중 1명은 기존 인력이 아닌 신규로 채용됐다. 기존 비정규직이 아니었던 이들에게도 채용 기회가 열린 셈이다.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비정규직 인원이 수십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사례가 모든 기관에 적용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기존 직원과 취업 희망자 간 전면적 공개경쟁을 도입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회균등과 안정적 일자리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사설] 비정규직 전원 공개 경쟁시켜 정규직화하는 현대미술관
입력 2020-07-0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