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찾아왔다. 그동안의 음악 예능은 다수의 패널이 왁자지껄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으리으리한 세트를 배경으로 노래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처음 전파를 탄 KBS 1TV ‘한국인의 노래’는 그런 광경을 연출하지 않는다. 진행자 한 명에, 손님 또한 한 명씩 나올 뿐이다. 웅대한 무대도, 부산스러운 자막 공격도 없다. 보통 음악 예능과 분위기가 퍽 다르다.
제목에 들어간 ‘한국인’이라는 단어는 섭외 대상을 넌지시 암시한다. ‘한국인의 노래’는 기성 가수만을 초청하는 자리가 아니다. 일반인도 주인공으로 모신다. 노래에 꿈을 품은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과 사정을 대변하고, 가창 스타일과 음색을 돋보이게 할 만한 노래를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프로그램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사연과 노래 부르는 영상을 첨부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출연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됐다고 선전한 것이 무색하게 1회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유명한 소리꾼 김준수가 등장해 허무했다. 물론 뜻은 좋았다. 어떠한 창구를 통해서든 국악을 알리고 싶은 김준수의 생각에 제작진이 동감해 그의 출연이 성사됐을 것이다. 유의미한 결정이긴 해도 인기인을 앞세워 첫 회부터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보겠다는 제작진의 실리적 태도가 엿보여 씁쓸했다.
1회 두 번째 꼭지도 마찬가지였다. 성악가로 성공하고자 했으나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꿈을 접고 현재 주유소를 운영중인 ‘주유소 파바로티’ 임철호씨가 다뤄졌다. 진행자이자 노래 배달부 역할을 하는 배우 최수종이 두 번째 주인공과 대화를 나눈 뒤 주인공의 연습실로 향하는 길에 성악가 출신의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특별 손님으로 나타났다. 김호중은 인터넷 영상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주인공의 존재를 알았다고 했다. 테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면식도 없는 김호중을 대동한 것은 TV조선 ‘미스터트롯’ 덕에 급상승한 그의 인기에 편승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가공된 연출도 실망스러웠다. 임씨는 번듯한 스튜디오를 보유했음에도 음악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처럼 묘사됐다. 연습실로 이동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는 “꿈을 접은 지 이미 20여 년이 흘렀는데…”라는 자막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임씨는 2016년부터 싱글을 내기 시작했으며, 올해 1월에도 노래를 발표한 나름 현역이다.
엄밀히 따지면 1회는 ‘한국 가수의 노래’였다. 일반인은 아무도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프로페셔널 음악인만을 내보내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중요한 제작진으로서는 스타 섭외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인물들에 집중할 때 프로그램의 이름이 더 빛나 보일 수 있다. 그래야 프로그램이 암묵적으로 내세우는 인간미와 온기도 진하게 퍼질 것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